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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단절의 심화, 평화적 공존 교육의 필요

적대적 관계 심화와 평화적 공존의 필요

지난 수십 년 동안 남북 관계는 긴장과 완화의 반복을 경험했지만 몇 년 전부터는 정치적, 군사적 긴장이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고 그 결과 적대적 관계 또한 최고 위험 수준에 이르게 됐다. 급기야 북한은 2023년 12월 남북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했고 나아가 2026년 3월에는 헌법 개정을 통해 ’두 국가‘를 공식화했다. 개정된 헌법에서는 영토 조항을 신설해 북한의 영토가 중국, 러시아, 남한과 경계를 접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또한 통일과 관련된 개념과 언급을 모두 삭제해 남한과 통일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남한의 정권 교체와 새 정부의 유화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남한과의 모든 관계를 단절하기로 마음을 굳힌 것이다. 현재는 남북 관계 개선의 작은 신호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남북의 단절과 적대적 관계는 사실 한국전쟁 이후 꾸준히 이어져 온 일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는 적대적 관계가 극심했고 1970년대에 남북대화가 시작됐지만 2000년 첫 남북 정상회담이 있기 전까지 남북 관계는 단절 상태였다. 그러나 당시에는 일단 남북이 대화를 시작하면 단절과 적대적 관계가 점차 완화되리란 기대가 있었다. 그런데 현재의 상황은 단절 및 적대관계의 완화를 조금은 경험한 이후의 대폭적인 후퇴, 그리고 재단절이라는 점에서 다르다. 북한은 남한과 관계를 개선하고 정치적,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북한은 남한 정권의 변화에 따라 남북 관계가 흔들리고 대북 정책 또한 유화와 강경을 오가며 변화를 거듭하는 것을 경험했다. 또한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북한이 실익을 챙기는 데 남한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결론적으로 북한은 남한과 힘든 기싸움을 하고 정권 변화에 따라 적응을 반복하는 피곤한 일을 계속할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수십 년 동안의 경험에서 쌓인 데이터를 통해 북한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 ‘적대적 두 국가’와 사실상‘통일 포기’라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런 이유로 남북 관계가 가까운 미래에 개선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기는 힘든 상황이다.

 

남한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를 종식한다는 북한의 판단과 결정은 물론 바람직하지 않다. 수십 년 동안 남북 관계 유지의 동기이자 동력이었던 통일은 남북 정치권의 일방적 결정에 따라 유지 내지 포기될 수 없는 문제고, 결국 국민의 뜻에 따라 결정될 문제기 때문이다. 동시에 현세대가 포기한다고 종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미래 세대의 선택에 따라 언제든 논의될 수도 있는 문제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를 열거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적대적 두 국가’와 통일 포기가 북한 정권의 결정인 이상 남한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는 남북 관계가 단절되고 남북의 적대적 관계가 최악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해서 북한과의 관계를 외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남북 관계는 곧 우리 사회의 평화를 좌우하는 문제고, 북한과의 원만한 관계는 우리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 필요한 전제조건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이 ‘적대적 두 국가’를 표명하고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한 관계를 더는 인정하지 않기로 했어도 우리에게 북한과의 평화적 공존은 어떤 변수에도 흔들릴 수 없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결국 북한이 어떤 선택을 했든, 그리고 통일을 포기했든 상관없이 적어도 남북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남북이 한반도에 함께 존재하는 한 포기될 수 없고 우리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목표다.

 

통일에 맞춘 교육에서 평화적 공존에 맞춘 교육으로

남북 관계의 지속적인 악화와 북한의 변화로 인해 그동안 통일에 초점을 맞췄던 통일교육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남북 적대적 관계의 개선 가능성이 미미하고 북한이 통일 포기를 공식화한 상황에서 통일에만 초점을 맞춘 교육은 현실을 외면하는 공허한 외침으로 들릴 수밖에 없다. 또한 북한의 결정을 외면한 채 우리 사회의 주장만 되풀이하는 일방적이고 위선적인 교육이 될 수도 있다. 다른 면에서 보면 이런 통일교육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에게 일부 기성세대, 그리고 정치권의 희망 사항을 주입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결과적으로 북한에 대한 이해는 줄어들고 통일을 거부한 점으로 인해 반목만 커지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런 여러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통일교육의 변화가 필요하며, 통일교육의 명칭은 유지하더라도 내용은 남북의 통일이 아닌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춘 교육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오히려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추면 통일 논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언제든 사회적 논의가 가능한 유효한 주제로 남을 수 있다. 평화적 공존이 정착되면 통일을 고려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교육을 통일이 아닌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다루는 교육으로 바꿀 때 우선 고려할 건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가다. 현재의 통일교육은 통일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고 그에 맞춰 다른 관련 주제들과 북한과의 접촉 및 협력 방식 등을 다루고 있다. 그런데 통일이 적어도 지금은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가 아니라면 통일을 상수로 하는 다른 모든 주제와 접근이 어긋나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려면 통일을 상수로 두는 것이 아니라 남북 관계와 국제 정세 변화의 영향을 받는 다른 주제들처럼 유연하게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 통일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인정하고 그럼에도 한반도와 우리 사회 평화, 그리고 남북의 평화적 공존이 필요한 이유가 다뤄지고 설명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북한에 대응해 남한도 관계 단절을 인정하고 남북 관계 개선 노력을 모두 중단할 때 생길 수 있는 현실적 문제에 대한 설명과 논의도 포함되어야 한다. 이런 변화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점은 통일을 계속 주장할 수 없는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그와 별개로 평화를 지향하는 우리 사회의 노력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평화적 공존을 강조하는 교육으로 바꿀 때 가장 고려해야 할 점은 교육의 목표다. 통일교육의 목표는 통일에 대한 이해와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지만 평화적 공존 강조 교육의 목표는 평화 실현에 초점을 맞추고 평화를 선택해야 할 이유를 강조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다. 하나는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의 가치와 평화의 실현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와 행동에 대한 교육이고, 다른 하나는 평화적 공존의 실현을 상상하는 교육이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결국 이런 가치, 태도, 행동, 그리고 평화에 대한 상상력이 한반도의 비평화를 거부하고 평화적 공존을 가능하게 하는 가장 튼튼한 토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다 현실적으로 설명하면 남북 간 어떤 정치적,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있더라도 평화적 공존을 가장 원칙적인 접근이자 목표로 설정해 정치적, 군사적 대결과 충돌로 치닫는 것을 막고 결국 모두의 안전과 행복을 지킬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이런 교육을 통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강대강 남북 관계를 악용하려는 시도를 감시하고 막아낼 수 있으며, 남북 간 적대적 대결을 부추기는 세력을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은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평화적 접근을 지향하는 민주시민을 기르는 교육이 될 수 있다.

 

통일이 아닌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춘 교육으로의 변화는 국제 정세의 변화 속에서 더욱 필요하다. 국제 정치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변화를 거듭해 이제는 예측하기 힘든 새로운 구도로의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남북 간 대결은 국제 정치의 변화 속에서 읽어야 하는 문제가 됐고, 한반도 평화 또한 국제사회의 이슈가 됐다. 국제 정치의 변화,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 북한의 국제 정치 진입, 남한의 영향력 강화 등 여러 문제가 있지만 이 모든 변화와 현안을 관통하는 가장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과제는 결국 어떻게 평화적 공존의 세계를 만드느냐다. 그러므로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춘 교육은 결국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와의 관계를 이해하고, 국제 정치의 변화 속에서 바람직하고 지속가능한 남북 관계와 평화적 공존을 모색할 방법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어떤 복잡한 문제 속에서도 우리 사회 평화와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최선이자 최고의 원칙으로 삼는 접근이 필요하다.

 

평화적 공존 교육의 방식과 효과

평화적 공존을 목표로 삼는 교육은 방식에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평화의 실현이 되려면 교육의 과정 또한 이와 모순되지 않는 방식에 기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과 어려움 속에서도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가치와 목표로 삼도록 교육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비평화 상태와 그에 따라 한반도와 우리 사회가 겪어온 많은 문제를 이해하도록 안내하고 독려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교육 대상자들이 한반도와 남한 사회의 안전과 행복을 위해 평화적 공존과 적대적 공존 중에서 무엇이 나은 선택인지를 고민하고 스스로 입장을 정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강의의 방식은 주입식이 아닌 제안식 내지 안내식이어야 하고 토론과 활동이 적절하게 결합되어야 한다. 단순히 정보의 제공과 습득이 아닌 정보와 견해의 공유, 분석과 비판적 토론, 그리고 이견의 확인과 상호 인정 등을 가능하게 하는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이는 여러 방식과 내용에 의존하지만 결국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주입하는 경향이 강한 기존의 통일교육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춘 교육의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남북 관계와 평화적 공존 가능성을 둘러싼 우리 사회 상반된 견해와 입장의 소개, 각 견해와 입장 주장의 이유, 남북 관계와 관련해 우리 사회와 개인이 직면한 문제, 남북 문제와 개인의 안전 및 행복과의 관계, 한반도 평화 비전 등 현실적인 문제를 솔직하게 다루는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통일교육이 다뤄온 남북 통일의 이유, 실현 가능성, 찬성과 반대 주장 등에 대한 논의도 포함될 수 있다. 다만 남북 적대적 관계의 고착과 남북 대결의 강화, 그리고 우리 정부와 사회의 관계 개선 노력 부족 내지 부재에도 불구하고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했던 기존 통일교육의 모순적인 접근에서 벗어나 직면한 문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그에 대한 여러 견해를 나누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내용은 자칫 민감할 수 있어서 어린이나 청소년에게 제시할 때는 보다 많은 노력이 필요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나 어린이나 청소년 모두 적절한 수준의 정보가 제공되고 안내가 이뤄지면 충분히 이해하고 토론할 수 있다.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오의 변화를 모색할 때 함께 고려해야 할 점은 무엇을 효과로 볼 것이냐다.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교육에서는 교육 후 통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통일을 찬성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걸 교육의 효과로 볼 수 있다. 이 기준을 적용한다면 남북의 평화적 공존과 한반도에서의 평화 실현을 목표로 삼는 교육 또한 남북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인식과 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걸 교육의 효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통일의 당위성 강조와 다를 바가 없이 평화적 공존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다시 말해 주제만 달라졌을 뿐 내용상 다를 바가 없음을 의미할 것이다. 평화적 공존을 다루는 교육은 방식에서 차별성을 가지는 것처럼 효과의 평가에 있어서도 궁극적 목표에 대한 단면적인 인식 향상이나 지지가 아니라 과정에 대한 이해, 특히 평화적 공존을 어렵게 하는 복잡하고 도전적인 국내 및 국제 사회, 그리고 북한의 변화에 대한 인식의 향상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는 한반도 비평화와 남북 간 갈등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한 이해가 포함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나아가 우리 사회에 다른 견해와 입장이 있음을 이해하고, 남북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평화적 공존을 위한 상호 인정과 존중, 그리고 경청, 소통, 대화의 필요에 대한 인식이 높아졌는지를 효과를 평가하는 기준 중 하나로 삼아야 함을 의미한다.

 

특히 남북 간, 그리고 우리 사회 이견을 가진 개인 및 집단 간 평화적 공존을 위한 포괄적인 접근에 대한 이해가 향상됐는지를 효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로 삼아야 한다. 포괄적인 접근은 존 폴 레더락(John Paul Lederach)이 평화구축(peacebuilding) 접근으로 제시한 수직적, 수평적 결합을 참고할 수 있다. 이는 우리 사회처럼 남북 관계 및 대화, 대북 정책, 남북의 평화적 공존, 통일 등과 관련해 이념을 둘러싼 대립과 단절이 심각한 사회에 특히 잘 적용될 수 있는 접근이다.


한 사회의 수직적, 수평적 역량을 결합한 이 평화구축 접근에서 수직적 역량은 의사결정을 하는 상위 지도력, 다양한 영역에서의 전문성과 신뢰를 가지고 상위 지도력과 풀뿌리 지도력을 오가며 연결하는 중간 지도력, 다수 사회 구성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상향식 영향을 미치는 풀뿌리 지도력으로 구성된다. 사회 변화는 이 세 개 층이 소통하고 함께 변화를 모색할 때 가능해진다. 수평적 역량은 이념과 정체성 등의 대립으로 야기된 좌우 단절과 적대를 넘어 가로지르는 역량을 말한다. 다시 말해 자신의 이념과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수평선의 좌측에서 다른 쪽에 있는 우측으로, 반대로 우측에서 좌측으로 대립과 단절의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을 말한다. 레더락은 수직적, 수평적 역량의 핵심으로 중간 지도력의 역할을 강조한다. 덧붙여 이의 실행을 위해 전 사회를 포괄하는 네트워킹 형성과 이를 통한 관계, 연결성, 사회적 공간을 만드는 역량과 노력을 강조한다. 한 사회의 평화적 공존은 이런 수직적, 수평적 역량의 결합과 실행을 통해 실현될 수 있고 남북의 평화적 공존, 그리고 우리 사회의 평화적 공존 또한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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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John Paul Lederach(2005) The Moral Imagination: The Art and Soul of Building Peace.  p.79


남북 관계는 우리 사회가 지난 정부의 강경 일변도 정책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악화하고 단절은 심화해 가까운 시일 내에 되돌리기 힘든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이제 우리는 이런 변화를 고통스럽지만 현실로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그런데 남한과 북한이 한반도에 함께 존재하는 한 남북 관계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계속될 수밖에 없고, 그렇다면 긍정적인 관계로의 점진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우리의 최선의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남북의 평화적 공존, 그리고 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우리 사회 평화적 공존을 과정적,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춘 교육을 통해 남북 관계의 불확실성을 점차 완화하고 나아가 북한에 대한 이해 향상에서 남북 간 상호 이해 향상으로의 변화와 적대적 관계의 이완을 견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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