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확산하는 전쟁
5년째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종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중재 하에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종전 조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직접 대면한 종전 회담이 열리면서 종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줄었고 미국의 중재는 중단됐다.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제라드 쿠슈너가 종전 회담 재개를 타진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다. 지금 상태라면 만 5년을 채우게 될 내년 2월 이전에 종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종전 회담이 정체상태에 직면한 가운데 전쟁은 오히려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강화되면서 전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드론 생산량을 늘리고 국내산 장거리 미사일도 개발한 우크라이나는 6월 말부터 러시아 본토 공격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두 가지 방식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이다. 하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해 종전 회담에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공격 강화와 관련해 이런 ‘전략’을 직접 언급했다. 다른 하나는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무기 저장소와 병참 업무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면서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강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6월 현재 러시아 정유시설의 생산량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작년보다 30%나 줄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전역이 연료 부족을 겪고 정유소가 판매를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물류회사의 물류창고와 민간 주택에도 가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물류창고 공격을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저해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고 민간 공격과 사상자 발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 또한 두 가지 전략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러시아군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원하는 대로 종전과 함께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영토 획득은 전쟁의 성공을 좌우하는 지표로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가 됐다.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민간 시설과 민간인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에는 항상 보복이 따를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갈수록 추악해지는 전쟁
지난 1년여 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건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이 확대하고 추악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을 강화하면서 전쟁은 확대됐고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했다. 이런 이유로 2026년 7월 우크라이나에서는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과 주택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민간 시설 공격 강화는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해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물류창고 공격을 러시아군에 물자를 공급하는 시설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정당한 공격 목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또한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하철역 안으로 대피한 사람들 (사진 출처: 유니세프)
전쟁이 계속될수록 전쟁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할 점이지만 이는 모든 전쟁이 보여주는 오히려 ‘평범한’ 진리다. 민간인 학살, 민간 시설 파괴, 어린이 납치 등 러시아의 전쟁 범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더 늘고 있는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과 주택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있어 전쟁 범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다. 새로운 전쟁 범죄도 확인됐다. 9월 18일 유엔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부터 올해 7월까지 조사한 1,000건 이상의 성폭력 사례를 발표했다. 기록된 사례 중 89%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피해자는 대부분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이었다, 유엔은 나머지 11%는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와 비교하면 아주 적은 수준이지만 전쟁 시작 후부터 러시아군 포로 고문과 즉결 처형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고 이는 유엔 조사로 확인됐다. 이번 유엔의 발표로 성폭력 전쟁 범죄 또한 드러났다. 최근 몇 달 동안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 민간 시설 공격과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 또한 명백한 전쟁 범죄다. 러시아의 전쟁 범죄가 문제인 것처럼 우크라이나의 전쟁 범죄 또한 문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모두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건 전쟁을 계속할 명분과 정당성이 없음을 말해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막대한 군 사상자 또한 전쟁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병력 손실 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국가 간 전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러시아군 사상자는 약 140만 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45만 명이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간 전쟁 등의 미군 사망자를 모두 합한 숫자의 약 4배에 달한다. 또한 소비에트 연방과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이래 싸운 모든 전쟁의 군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9배나 많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52만 5천 명에서 62만 5천 명 사이고 이중 사망자는 12만 5천 명에서 15만 명 사이다. 양국 군의 사상자를 합하면 2백만 명이 넘는다. 과연 이 전쟁이 이렇게 많은 목숨이 필요한 전쟁이고 앞으로도 많은 사상자를 감수할 만큼 명분과 정당성이 있는 전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은 이미 충분히 전쟁을 했다. 지나친 수준의 군 사상자를 냈고 무기가 부족할 정도로 상호 공격을 했다.
명분과 정당성 잃은 전쟁
민간인 인명 피해, 민간 시설 파괴, 전쟁 범죄 증가, 막대한 군 사상자 등은 물론 양국과 세계가 입은 경제적 손실과 정치적 영향 면을 본다면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찾긴 힘들다. 특히 양국의 민주주의는 회복되기 힘든 수준으로 퇴보했다. 러시아의 전제정치는 푸틴 대통령과 전쟁에 어떤 이견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면 이에 법적 처벌을 가할 정도로 강화됐다. 우크라이나의 상황도 러시아보다 월등히 낫지는 않다. 전쟁 후 시작된 비상계엄 때문에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상황에서 2024년 5월 임기가 만료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속 집권하고 있다. 전쟁 와중에도 각종 부패는 만연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지 않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전히 통치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에서도 민주주의는 더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중단을 원하는 목소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커졌지만 정부는 계속 이를 무시하고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러시아에서도 전쟁 중단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푸틴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승자가 나올 수 없는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내도 그렇겠지만 몇 개월, 또는 반년 후에 전쟁이 끝난다면 양국 모두가 큰 피해를 입은 채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잃은 신뢰와 전쟁 지속으로 얻은 비호감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전쟁 직후 적극적으로 종전 협상을 진행하지 않은, 그리고 전쟁이 5년째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입은 손실은 계산하지 않고 종전 협상에서 얻을 얄팍한 이익만을 주장하며 종전 회담을 하지 않은 것이 낳은 결과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고 양국이 적극적으로 종전 협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은 전쟁 직후 종전 회담을 주선하기보다 러시아에 대한 응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지난 4년 이상 전 세계 무기를 긁어모아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지만 러시아의 무력을 꺾지는 못했다. 미국은 이제 발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 비난에만 초점을 맞추고 러시아와의 대화는 외면해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특히 이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 강화로 이전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인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에 드론 공격을 가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 강화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함과 동시에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헌장이 실행되는지 떠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이로 인해 유럽 국가들 사이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여러 사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패자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여전히 종전이 아닌 전쟁을 지지 및 지원하고 있지만 전쟁을 둘러싼 국제 정치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다른 국가들 또한 패자임을 말해준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고 다른 한편 전쟁 범죄와 인명 피해 증가로 추악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은 절대 시작하지 않아야 하고, 시작한 후에는 빨리 끝내야 한다는 진실을 확인해준다. 또한 현재의 세계에서는 전쟁을 하는 어떤 당사자도 승자가 될 수 없고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모두가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확인해준다.
갈수록 확산하는 전쟁
5년째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여전히 종전의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계속되고 있다. 미국의 중재 하에 작년부터 올해 초까지 종전 조건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가 직접 대면한 종전 회담이 열리면서 종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었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줄었고 미국의 중재는 중단됐다. 9월 초 트럼프 대통령의 특사인 스티브 위트코프와 제라드 쿠슈너가 종전 회담 재개를 타진하기 위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를 방문했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다. 지금 상태라면 만 5년을 채우게 될 내년 2월 이전에 종전이 이뤄질 가능성은 전혀 없어 보인다.
종전 회담이 정체상태에 직면한 가운데 전쟁은 오히려 격렬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몇 달 동안에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 공격이 강화되면서 전쟁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작년부터 드론 생산량을 늘리고 국내산 장거리 미사일도 개발한 우크라이나는 6월 말부터 러시아 본토 공격을 강화했다.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두 가지 방식으로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이다. 하나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실질적 위협으로 인식해 종전 회담에 나오게 만드는 것이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 공격 강화와 관련해 이런 ‘전략’을 직접 언급했다. 다른 하나는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이 무기 저장소와 병참 업무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히면서 우크라이나의 전략은 어느 정도 성공한 것처럼 보인다.
최근 몇 달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공격 강화로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집중적으로 공격하면서 연료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6월 현재 러시아 정유시설의 생산량은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작년보다 30%나 줄었다. 이로 인해 러시아 전역이 연료 부족을 겪고 정유소가 판매를 제한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은 물류회사의 물류창고와 민간 주택에도 가해져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물류창고 공격을 러시아의 전쟁 지속 능력을 저해하기 위한 것이라 주장하고 있고 민간 공격과 사상자 발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공격 또한 두 가지 전략하에서 이뤄지고 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에 여전히 러시아군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면서 종전 협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그래야 원하는 대로 종전과 함께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획득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러시아에게 우크라이나 영토 획득은 전쟁의 성공을 좌우하는 지표로 이제는 포기할 수 없는 목표가 됐다. 다른 하나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민간 시설과 민간인 공격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공격에는 항상 보복이 따를 것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갈수록 추악해지는 전쟁
지난 1년여 동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보여준 건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이 확대하고 추악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공격을 강화하면서 전쟁은 확대됐고 러시아 또한 우크라이나 공격을 강화했다. 이런 이유로 2026년 7월 우크라이나에서는 2022년 2월 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과 주택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민간 시설 공격 강화는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해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물류창고 공격을 러시아군에 물자를 공급하는 시설에 대한 공격이기 때문에 정당한 공격 목표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또한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우크라이나 키이우 지하철역 안으로 대피한 사람들 (사진 출처: 유니세프)
전쟁이 계속될수록 전쟁 범죄가 늘고 있다는 것 또한 주목할 점이지만 이는 모든 전쟁이 보여주는 오히려 ‘평범한’ 진리다. 민간인 학살, 민간 시설 파괴, 어린이 납치 등 러시아의 전쟁 범죄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서 더 늘고 있는 우크라이나 민간 시설과 주택에 대한 무차별 공격은 러시아가 전쟁 수행에 있어 전쟁 범죄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음을 재확인시켜 준다. 새로운 전쟁 범죄도 확인됐다. 9월 18일 유엔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작 후부터 올해 7월까지 조사한 1,000건 이상의 성폭력 사례를 발표했다. 기록된 사례 중 89%는 러시아 당국에 의해 저질러진 것으로 피해자는 대부분 우크라이나군 포로와 러시아가 장악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 주민들이었다, 유엔은 나머지 11%는 우크라이나 당국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고 확인했다.
우크라이나 또한 러시아와 비교하면 아주 적은 수준이지만 전쟁 시작 후부터 러시아군 포로 고문과 즉결 처형 등 전쟁 범죄를 저질렀고 이는 유엔 조사로 확인됐다. 이번 유엔의 발표로 성폭력 전쟁 범죄 또한 드러났다. 최근 몇 달 동안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 민간 시설 공격과 그로 인한 민간인 사상자 발생 또한 명백한 전쟁 범죄다. 러시아의 전쟁 범죄가 문제인 것처럼 우크라이나의 전쟁 범죄 또한 문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국이 모두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건 전쟁을 계속할 명분과 정당성이 없음을 말해준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막대한 군 사상자 또한 전쟁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병력 손실 면에서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참혹한 국가 간 전쟁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6월 기준으로 러시아군 사상자는 약 140만 명이고 이중 사망자는 45만 명이었다. 이는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 베트남 전쟁, 아프간 전쟁 등의 미군 사망자를 모두 합한 숫자의 약 4배에 달한다. 또한 소비에트 연방과 러시아가 2차 세계대전 이래 싸운 모든 전쟁의 군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9배나 많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52만 5천 명에서 62만 5천 명 사이고 이중 사망자는 12만 5천 명에서 15만 명 사이다. 양국 군의 사상자를 합하면 2백만 명이 넘는다. 과연 이 전쟁이 이렇게 많은 목숨이 필요한 전쟁이고 앞으로도 많은 사상자를 감수할 만큼 명분과 정당성이 있는 전쟁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양국은 이미 충분히 전쟁을 했다. 지나친 수준의 군 사상자를 냈고 무기가 부족할 정도로 상호 공격을 했다.
명분과 정당성 잃은 전쟁
민간인 인명 피해, 민간 시설 파괴, 전쟁 범죄 증가, 막대한 군 사상자 등은 물론 양국과 세계가 입은 경제적 손실과 정치적 영향 면을 본다면 전쟁의 명분과 정당성을 찾긴 힘들다. 특히 양국의 민주주의는 회복되기 힘든 수준으로 퇴보했다. 러시아의 전제정치는 푸틴 대통령과 전쟁에 어떤 이견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면 이에 법적 처벌을 가할 정도로 강화됐다. 우크라이나의 상황도 러시아보다 월등히 낫지는 않다. 전쟁 후 시작된 비상계엄 때문에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상황에서 2024년 5월 임기가 만료된 젤렌스키 대통령은 계속 집권하고 있다. 전쟁 와중에도 각종 부패는 만연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의 불신과 불만은 커지고 있다. 대다수 국민이 젤렌스키 대통령의 재선을 원하지 않고 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전히 통치하는 모순적 상황이다. 러시아는 물론 우크라이나에서도 민주주의는 더는 작동하지 않고 있다. 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건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 중단을 원하는 목소리가 이미 오래 전부터 커졌지만 정부는 계속 이를 무시하고 전쟁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제 러시아에서도 전쟁 중단을 원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푸틴은 그럴 마음이 전혀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시간이 갈수록 승자가 나올 수 없는 전쟁이 되어가고 있다. 지금 당장 전쟁을 끝내도 그렇겠지만 몇 개월, 또는 반년 후에 전쟁이 끝난다면 양국 모두가 큰 피해를 입은 채 전쟁을 끝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양국이 국제사회에서 잃은 신뢰와 전쟁 지속으로 얻은 비호감은 앞으로 수십 년 동안 회복하기 힘들 것이다. 이는 전쟁 직후 적극적으로 종전 협상을 진행하지 않은, 그리고 전쟁이 5년째 계속되는 상황에서도 지금까지 입은 손실은 계산하지 않고 종전 협상에서 얻을 얄팍한 이익만을 주장하며 종전 회담을 하지 않은 것이 낳은 결과일 수밖에 없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이렇게 길어지고 양국이 적극적으로 종전 협상을 하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제사회의 책임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은 전쟁 직후 종전 회담을 주선하기보다 러시아에 대한 응징으로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지난 4년 이상 전 세계 무기를 긁어모아 우크라이나를 지원했지만 러시아의 무력을 꺾지는 못했다. 미국은 이제 발을 빼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러시아, 우크라이나 어느 쪽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도 러시아 비난에만 초점을 맞추고 러시아와의 대화는 외면해 지금과 같은 막다른 골목에까지 다다르게 됐다. 특히 이제는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본토에 대한 공격 강화로 이전보다 불리한 상황에 놓인 러시아가 유럽 국가들에 드론 공격을 가하면서 유럽 국가들은 새로운 안보 위협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공격 강화에 대한 불편함을 표출함과 동시에 한 회원국에 대한 공격을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나토 헌장이 실행되는지 떠보기 위한 것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이로 인해 유럽 국가들 사이 안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런 여러 사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을 포함한 서방국들이 패자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나아가 여전히 종전이 아닌 전쟁을 지지 및 지원하고 있지만 전쟁을 둘러싼 국제 정치로 인해 피해를 입고 있는 다른 국가들 또한 패자임을 말해준다.
시간이 갈수록 악화하고 다른 한편 전쟁 범죄와 인명 피해 증가로 추악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쟁은 절대 시작하지 않아야 하고, 시작한 후에는 빨리 끝내야 한다는 진실을 확인해준다. 또한 현재의 세계에서는 전쟁을 하는 어떤 당사자도 승자가 될 수 없고 전쟁 종식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모두가 결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다는 진실을 확인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