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일 100명이 넘는 미국의 국제법 전문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유엔 헌장을 위반했으며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난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전쟁 시작 한달 이상이 지난 후 나온 지적이다.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의 로마규정(Rome Statute)은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의적인 살인, 고문이나 비인간적인 취급, 고의적인 고통 유발과 상해, 광범위한 파괴와 재산의 착복, 위법적인 추방과 억류, 납치 등이 포함된다.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공격, 민간인이나 민간 시설 보호를 위한 인도주의 지원이나 평화유지 활동과 관련된 인력, 시설, 물자, 차량 등에 대한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공격도 모두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군사 시설이 아닌 민간 지역, 마을, 거주지 등에 대한 공격과 폭격, 그리고 종교, 교육, 예술, 과학, 자선 활동, 역사적 기념물, 병원 등에 대한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공격도 모두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로마규정의 내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전쟁 첫날부터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날 양국은 민간인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수십 명의 이란 정부 지도부를 살해했다. 그들이 많은 이란 국민을 살해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외국의 표적 살인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양국은 이를 대단한 군사 작전의 성공이라며 자축했다.
같은 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남부의 미나브 초등학교를 공격해 168명의 어린이와 14명의 교사를 살해했다. 전쟁 첫날부터 민간인, 그것도 어린이 대규모 살해라는 가장 심각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초등학교 공격이 잘못된 정보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진상이 밝혀지지는 않았고 미국이나 이스라엘 어느 쪽도 책임을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그런데 첫날 공격과 관련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어떤 위협이나 군사 공격도 없는 가운데 이뤄진 선제공격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설사 이란 군사 시설에 대한 공격이라 할지라도 국제법 위반이고 더군다나 민간인 살해는 분명한 전쟁 범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는 전쟁 내내 계속됐다. 이를 가장 잘 말해주는 건 민간인 사상자 숫자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으로 이란의 사망자는 2,076명이고 부상자는 26,500명이었다. 사망자는 8개월 아이부터 88세 노인까지 다양했고, 이중 여성은 240명, 어린이는 212명이었다. 주택을 포함한 많은 민간 시설이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민간인 사망은 우연이 아니며 고의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은 1개월 여의 전쟁 동안 많은 민간 시설 또한 공격했다. 언론은 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심각한 민간 시설 공격 소식으로 다뤘다. 그리고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영상을 공유하며 언급한 테헤란 서부 카라지 인근의 B1 다리 폭격이 미국의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전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파괴한 이란의 민간 시설은 수없이 많았다.

미군에 의해 폭파된 B1 다리
이란 적신월사는 전쟁 후 한 달이 3월 31일 기준으로 약 11만 3천 개의 민간 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일부 또는 대부분 파괴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9만 채 이상의 주택, 2만 1천 개 이상의 상업 시설, 760개 이상의 학교, 그리고 18개 이상의 적신월사 시설이 포함됐다. 대학교도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란의 과학연구기술부는 4월 4일 기준으로 약 30개의 대학교가 폭격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병원 및 보건시설, 연구 센터,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 등 거의 모든 민간 영역이 폭격 피해를 입었다. 이는 모두 명백한 전쟁 범죄다.
특히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는 이란에 머물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레바논 남부와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 외에도 레바논 전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레바논 남부를 고립시키고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리타니강 북부로 대피 경고를 내리고 다리 5개를 폭파했다. 3월 24일 이스라엘은 이곳을 “완충 지대”로 설정하고 군을 진군시켜 점령했다.
헤즈볼라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을 공격 목표로 삼으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으로 사망자는 1,561명이고 부상자는 4,430명이었다. 이중 129명이 어린이였다. 이외에도 약 12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민간인에 대한 이런 고의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은 명백한 전쟁 범죄다. 이스라엘 소행으로 여겨지는 공격으로 3명의 인도네시아 평화유지군도 사망했다. 이 또한 전쟁 범죄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제거를 위한 명분으로 레바논 남부 주택들까지 폭격해 파괴했고 베이루트 도심의 호텔과 주택가에 대한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남부 지역의 병원과 의료진을 공격 목표로 삼아 집중 공격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로 인해 약 한 달 동안 53명의 의료진이 사망했고 앰블런스와 의료 시설에 대해 87건의 공격이 있었다. 그 결과 5개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이는 남부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이스라엘의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레바논 정부, 유엔, 국제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제2의 가자지구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쟁 첫날부터 전쟁 범죄가 있었고 한 달 동안 수많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 피해가 있었음에도 4월 2일에서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과 전쟁 범죄를 지적하는 공개서한이 발표된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이후 언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B1 다리 폭격을 인정한 점, 그리고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다리 등을 폭격하겠다고 한 점 등을 전쟁 범죄와 관련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란도 많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이란은 중동 국가들의 호텔, 공항, 항만, 공장, 에너지 시설, 담수화 시설 등을 공격했고 민간인을 공격 목표로 삼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쟁 범죄라는 점에서 이란의 민간 시설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피해를 낳았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힘들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애초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전쟁 도중에도 많은 국제법 위반, 특히 전쟁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나아가 국제법에 따라 판단을 받아야 함을 말해준다.
교전국들은 전쟁 수행 과정에서 생긴 민간인과 민간 시설 피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중 효과(dual effect) 논리를 주장하곤 한다. 이는 민간인과 민간 시설은 절대 군사적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전투 현장에 가까이 있어서 피해를 입는 경우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취급하는 주장이다. 이 주장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이란 전쟁의 경우에는 이 논리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모든 공격은 정밀 폭격에 의한 것이고 사전에 검토된 목표에 가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미국의 공격에 따른 민간인과 민간 시설 피해에 ‘전쟁 범죄’라는 말을 붙이기를 꺼렸던 이유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국제사회의 선도적인 국가에 ‘전쟁 범죄’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다르다.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그리고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저지른 선제공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미국은 이미 많은 전쟁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다만 그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고 트럼프처럼 자기 입으로 언급하는 대통령이 없었을 뿐이다. 물론 이스라엘의 경우는 다르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기 때문이다.
군비 강화와 경쟁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세계에서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그럼에도 모든 국가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은 국제법을 지키는 것이고, 나아가 전쟁 수행과 관련해 전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와 인물에 대해서는 어떤 이해나 관용도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가 누가 저질렀던 전쟁 범죄를 당당하게 전쟁 범죄라고 부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7일(미국 동부 시간) 미국과 이란이 2주 동안의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종전을 위한 향후 협상이 잘 진행되면 전쟁은 끝나게 된다. 그러나 종전 후에도 전쟁 당사국인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와 판단은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가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래의 전쟁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
4월 2일 100명이 넘는 미국의 국제법 전문가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유엔 헌장을 위반했으며 “전쟁 범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비난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전쟁 시작 한달 이상이 지난 후 나온 지적이다.
국제형사재판소(International Criminal Court)의 로마규정(Rome Statute)은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여기에는 고의적인 살인, 고문이나 비인간적인 취급, 고의적인 고통 유발과 상해, 광범위한 파괴와 재산의 착복, 위법적인 추방과 억류, 납치 등이 포함된다. 민간인과 민간 시설에 대한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공격, 민간인이나 민간 시설 보호를 위한 인도주의 지원이나 평화유지 활동과 관련된 인력, 시설, 물자, 차량 등에 대한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공격도 모두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특히 군사 시설이 아닌 민간 지역, 마을, 거주지 등에 대한 공격과 폭격, 그리고 종교, 교육, 예술, 과학, 자선 활동, 역사적 기념물, 병원 등에 대한 의도적이고 직접적인 공격도 모두 전쟁 범죄에 해당한다.
로마규정의 내용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2월 28일 전쟁 첫날부터 민간인과 민간 시설을 공격하는 전쟁 범죄를 저질렀음을 잘 말해주고 있다. 이날 양국은 민간인인 이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라 하메네이와 그의 가족들, 그리고 수십 명의 이란 정부 지도부를 살해했다. 그들이 많은 이란 국민을 살해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외국의 표적 살인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양국은 이를 대단한 군사 작전의 성공이라며 자축했다.
같은 날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 남부의 미나브 초등학교를 공격해 168명의 어린이와 14명의 교사를 살해했다. 전쟁 첫날부터 민간인, 그것도 어린이 대규모 살해라는 가장 심각한 전쟁 범죄를 저지른 것이다. 초등학교 공격이 잘못된 정보에 따른 것이라는 주장이 있지만 아직 확실한 진상이 밝혀지지는 않았고 미국이나 이스라엘 어느 쪽도 책임을 인정하지도 않고 있다.
그런데 첫날 공격과 관련해 간과하지 말아야 할 점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어떤 위협이나 군사 공격도 없는 가운데 이뤄진 선제공격이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설사 이란 군사 시설에 대한 공격이라 할지라도 국제법 위반이고 더군다나 민간인 살해는 분명한 전쟁 범죄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는 전쟁 내내 계속됐다. 이를 가장 잘 말해주는 건 민간인 사상자 숫자다. 이란 보건부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으로 이란의 사망자는 2,076명이고 부상자는 26,500명이었다. 사망자는 8개월 아이부터 88세 노인까지 다양했고, 이중 여성은 240명, 어린이는 212명이었다. 주택을 포함한 많은 민간 시설이 공격을 받았기 때문에 많은 수의 민간인 사망은 우연이 아니며 고의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에 의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미국과 이란은 1개월 여의 전쟁 동안 많은 민간 시설 또한 공격했다. 언론은 이스라엘의 에너지 시설 공격을 심각한 민간 시설 공격 소식으로 다뤘다. 그리고 4월 2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영상을 공유하며 언급한 테헤란 서부 카라지 인근의 B1 다리 폭격이 미국의 전쟁 범죄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전에도 미국과 이스라엘이 파괴한 이란의 민간 시설은 수없이 많았다.
미군에 의해 폭파된 B1 다리
이란 적신월사는 전쟁 후 한 달이 3월 31일 기준으로 약 11만 3천 개의 민간 시설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일부 또는 대부분 파괴됐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9만 채 이상의 주택, 2만 1천 개 이상의 상업 시설, 760개 이상의 학교, 그리고 18개 이상의 적신월사 시설이 포함됐다. 대학교도 공격에서 자유롭지 않았다. 이란의 과학연구기술부는 4월 4일 기준으로 약 30개의 대학교가 폭격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병원 및 보건시설, 연구 센터,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역 등 거의 모든 민간 영역이 폭격 피해를 입었다. 이는 모두 명백한 전쟁 범죄다.
특히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는 이란에 머물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 정파인 헤즈볼라를 제거하는 군사 작전을 시작했다. 레바논 남부와 수도 베이루트 남부의 헤즈볼라 거점 외에도 레바논 전역을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특히 레바논 남부를 고립시키고 완전히 점령하기 위해 주민들에게 이스라엘-레바논 국경에서 30킬로미터 떨어진 리타니강 북부로 대피 경고를 내리고 다리 5개를 폭파했다. 3월 24일 이스라엘은 이곳을 “완충 지대”로 설정하고 군을 진군시켜 점령했다.
헤즈볼라를 완전히 제거하기 위해 이스라엘이 레바논 전역을 공격 목표로 삼으면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4월 6일 기준으로 사망자는 1,561명이고 부상자는 4,430명이었다. 이중 129명이 어린이였다. 이외에도 약 120만 명의 피란민이 발생했다. 민간인에 대한 이런 고의적이고 직접적인 공격은 명백한 전쟁 범죄다. 이스라엘 소행으로 여겨지는 공격으로 3명의 인도네시아 평화유지군도 사망했다. 이 또한 전쟁 범죄다.
이스라엘은 헤즈볼라 제거를 위한 명분으로 레바논 남부 주택들까지 폭격해 파괴했고 베이루트 도심의 호텔과 주택가에 대한 공격도 서슴치 않았다. 특히 남부 지역의 병원과 의료진을 공격 목표로 삼아 집중 공격했다. 레바논 보건부에 따르면 이로 인해 약 한 달 동안 53명의 의료진이 사망했고 앰블런스와 의료 시설에 대해 87건의 공격이 있었다. 그 결과 5개의 병원이 문을 닫았다. 전문가들은 이는 남부를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으로 만들려는 이스라엘의 의도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이유로 레바논 정부, 유엔, 국제인권단체들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제2의 가자지구로 만들고 있다고 비난했다.
전쟁 첫날부터 전쟁 범죄가 있었고 한 달 동안 수많은 민간인과 민간 시설 피해가 있었음에도 4월 2일에서야 미국과 이스라엘의 국제법 위반과 전쟁 범죄를 지적하는 공개서한이 발표된 건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한가지 다행인 점은 이후 언론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의 B1 다리 폭격을 인정한 점, 그리고 이란이 휴전에 합의하지 않으면 발전소와 다리 등을 폭격하겠다고 한 점 등을 전쟁 범죄와 관련해 보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란도 많은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이란은 중동 국가들의 호텔, 공항, 항만, 공장, 에너지 시설, 담수화 시설 등을 공격했고 민간인을 공격 목표로 삼지는 않았지만 결과적으로 그로 인해 수십 명의 사망자와 수백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전쟁 범죄라는 점에서 이란의 민간 시설 공격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러나 그것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상대적으로 훨씬 적은 피해를 낳았다는 점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 범죄와 단순하게 비교하기는 힘들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은 애초 국제법을 위반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전쟁 도중에도 많은 국제법 위반, 특히 전쟁 범죄 사실이 드러났다. 이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쟁이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나아가 국제법에 따라 판단을 받아야 함을 말해준다.
교전국들은 전쟁 수행 과정에서 생긴 민간인과 민간 시설 피해를 정당화하기 위해 이중 효과(dual effect) 논리를 주장하곤 한다. 이는 민간인과 민간 시설은 절대 군사적 공격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전투 현장에 가까이 있어서 피해를 입는 경우를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부작용으로 취급하는 주장이다. 이 주장 자체에 문제가 있지만 이란 전쟁의 경우에는 이 논리 자체가 적용되지 않는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모든 공격은 정밀 폭격에 의한 것이고 사전에 검토된 목표에 가해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언론이 미국의 공격에 따른 민간인과 민간 시설 피해에 ‘전쟁 범죄’라는 말을 붙이기를 꺼렸던 이유는 민주주의 국가이자 국제사회의 선도적인 국가에 ‘전쟁 범죄’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전쟁은 다르다. 미국이 국제법을 위반하며, 그리고 국제사회의 동의 없이 저지른 선제공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상 미국은 이미 많은 전쟁에서 전쟁 범죄를 저질렀다. 다만 그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고 트럼프처럼 자기 입으로 언급하는 대통령이 없었을 뿐이다. 물론 이스라엘의 경우는 다르다. 이스라엘은 이미 가자지구에서 집단학살을 저질렀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해서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전쟁 범죄 혐의로 체포 영장을 발부한 상태기 때문이다.
군비 강화와 경쟁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세계에서 국가 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언제든지 있다. 그럼에도 모든 국가가 넘지 않아야 할 선은 국제법을 지키는 것이고, 나아가 전쟁 수행과 관련해 전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전쟁 범죄를 저지른 국가와 인물에 대해서는 어떤 이해나 관용도 없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세계가 누가 저질렀던 전쟁 범죄를 당당하게 전쟁 범죄라고 부를 수 있을 때 가능하다.
7일(미국 동부 시간) 미국과 이란이 2주 동안의 휴전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종전을 위한 향후 협상이 잘 진행되면 전쟁은 끝나게 된다. 그러나 종전 후에도 전쟁 당사국인 미국, 이스라엘, 이란이 저지른 전쟁 범죄에 대한 조사와 판단은 명확하게 이뤄져야 한다. 국가에 대한 처벌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나 미래의 전쟁 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이들 국가가 저지른 잘못을 ‘전쟁 범죄’로 규정하는 건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