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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 이송과 적대적 남북관계의 취약성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투입됐다가 포로가 된 북한군 병사 2명이 한국으로 이송됐다. 이 사실은 우리 정부의 발표가 아니라 9월 23일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을 통해 알려졌다. 정부는 인도적인 이유와 북한군 포로들의 의사를 존중해 이들을 한국으로 데려왔으나 안전상의 이유로, 그리고 남북 관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이를 비밀에 부쳤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제무대에서 이 사실을 공개하면서 한국 정부는 난처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우크라이나가 우리 정부와의 비밀 유지 합의를 깬 것이고 그로 인해 외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그러나 이면에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다. 하나는 남북의 적대적 관계를 이용해 한국에 무기 지원을 압박하려는 젤렌스키 대통령의 의도가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남북 무력 대결과 적대관계의 지속이 타국이 악용할 수도 있는 우리의 취약점이 되었다는 것이다. 전자와 후자의 문제는 서로 밀접한 관계가 있고 결국 후자의 문제로 인해 전자의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대다수 국가는 한국이 처한 남북 대결 상황을 우리의 약점으로 보거나 그것을 악용하지 않는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국가든 기회가 있고 마음만 먹으면 이런 상황을 악용해 한국에 압박을 가하거나 불이익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사건을 단순히 외교적 불상사 또는 신뢰의 문제로만 볼 수 없음을,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의 상황을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음을 말해준다.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지속적으로 적대적 남북관계에서 비롯된 한국의 취약한 상황을 이용하려는 시도를 해왔다. 미국을 등에 업고 남북의 군사적 대결과 미국과의 군사적 협력 때문에 미국의 요청을 거부하기 힘든 한국에 계속 무기 지원을 요청 내지 압박했다. 그동안 한국 정부가 해온 인도적 지원과 비살상 무기 지원, 그리고 살상 무기 지원 불가 원칙은 무시했다. 결국 몇 년 전에는 미국을 거쳐 포탄을 우회적으로 지원받기도 했다. 올해는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도,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도 한국에 노골적으로 방공무기 지원을 압박했다. 이런 미국과 우크라이나의 지속적인 무기 지원 요청은 한반도의 남북 대결 상황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이번 포로 이송 문제를 통해서는 우크라이나가 남북 대결 상황을 노골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가 있음이 드러났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후인 9월 27일 있은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의 언급은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악용하려는 의도를 잘 보여줬다. 우리 정부의 해명과 사과 요구에는 답하지 않은 채 그는 9월 21일 한반도 비무장지대에서의 지뢰 폭발과 그후의 정치적 논란을 언급하며 남북의 군사적 대결 상황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남북 군사적 충돌 가능성까지 주장하는 선을 넘는 발언이었다. 북한과 대결 중인 한국의 상황을 취약점으로 보고 북한과 우크라이나가 싸울 수 있도록 무기를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강조한 것이다. 그의 발언은 무력 대결 속에서도 남한과 북한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 한반도 상황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이는 우크라이나 같은 국가가 자국 이익을 위해 남북의 군사적 대결 상황을 얼마든지 악용할 수 있음을 잘 보여준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양국 합의를 깨고 포로 이송을 공개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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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한국전쟁 이후 내내 이런 취약점을 안고 살아왔다. 그리고 이를 노골적이고 장기적으로 악용해 온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주한미군과 전력을 통해 남북 무력 대결에서 한국을 지원하고 있지만 동시에 이를 많은 정치, 외교, 경제 사안에서 한국에 압박을 가하는 수단으로 이용해 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한국의 상황을 약점으로 잡아서 가장 적극적, 노골적으로 이용해 온 인물이다. 집권 1기 때부터 주한미군 주둔비용의 한국 부담금을 5배 이상 인상하라고 압박했고, 2025년에도 한국이 너무 적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면서 대폭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리고 이를 상호관세 부과, 통상협상 등 경제문제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8월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주한미군기지의 소유권을 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또한 주한미군의 필요성을 부정하지 못하는 한국의 상황을 악용한 도발적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군사비 인상 압력 또한 남북 대결 지속이라는 한국의 상황을 악용한 것이다. 2025년 미국은 나토 회원국들에게 군사비 증액을 압력하면서 한국에게도 같은 요구를 했다. 기본적인 논리는 미국이 홀로 군사비 대부분을 부담할 수 없다는 것이지만 사실 이는 자국의 군사적 영향력 유지 비용을 다른 국가에 떠넘기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동시에 군사비 증액에 뒤따르는 대규모 미국산 무기 판매가 가져올 이익을 고려한 것이기도 하다. 한국은 결국 현재 GDP의 약 2.3%인 군사비를 2035년까지 GDP의 3.5%까지 증액하기로 했다. 2027년도 국방예산이 처음으로 70조 원을 넘는 73조 2,777억 원으로 책정되고 2026년 대비 8.2% 증가한다는 점은 앞으로 있을 지속적인 증액의 신호다. 8.2% 증가는 2008년 이후 최대 인상폭이다. 군사비 대폭 증액의 논리는 남북 대결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지만 이를 통해 미국은 한국을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 지역으로 강화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 결국 미국의 군사비 증액 압력은 미국의 전략적 목표를 위한 것이고 한국은 남북 적대적 대결 상황 때문에 미국의 압력을 수용한 것이다.

 

남북 대결 상황과 한반도의 지속적인 군사적 긴장이 우리의 취약점이 된 상황은 결국 남북의 평화적 공존이 우리에게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남북 소통 채널이 모두 막히고 남북이 그동안 체결한 모든 합의가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 상황에서 남북 간 대결은 완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건 남북문제는 우리에게 외면할 수 없는 운명적인 문제고 남북 간 평화적 공존 또한 장기적 목표가 아닌 방향타로 삼아 우리가 매일 고민하고 노력해야 하는 문제라는 점이다. 남북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적 공존이 단순히 정치적, 군사적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일상의 안전을 좌우하는 근본적인 문제기 때문이다.

 

이번 젤렌스키 대통령이 저지른 외교적 도발은 우리에게 남북 대결이 우리가 가진 취약점이라는 불편한 진실을 상기시켜 주었다. 그리고 단지 미국이나 우크라이나 뿐만이 아니라 다른 국가도 얼마든지 우리의 이런 취약점을 악용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보여주었다. 이는 남북 대결, 그리고 평화적 공존의 부재가 변화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겪었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영향과는 다른 파급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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