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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시대, 평화적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의 필요

우리는 여러 면에서 위기를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재가 위기의 시대인 이유 중 하나는 국가 또는 집단 간 대화, 협상, 합의가 아닌 군비 강화와 경쟁, 무력 압박과 대결, 무력 충돌의 위험성 등이 고착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역사에서 국가 또는 집단 간 군비 경쟁과 무력 충돌은 지속성, 반복성, 수용성 등으로 인해 비정상이 아닌 정상으로 취급됐고 그런 이유로 이에 대한 우리의 경계심은 매우 낮은 편이다. 강대국들이 직접 전쟁의 당사자가 되고 전 세계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 상황은 냉전 시대와 그후, 그리고 21세기 초기의 상황과 비교해도 매우 심각하다. 그러나 우리의 경계심은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현재 상황의 심각성은 단지 강대국들의 전쟁과 무력 개입의 지속, 막대한 인명과 사회 피해, 영향의 세계화 등 때문만은 아니다.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는 심각성은 지난 몇 해 동안 전쟁 소식에 대한 노출이 증가하고 전쟁에 익숙해지면서 많은 사회에서 전쟁을 문제해결 수단 중 하나로 보는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3분의 1에서 때로 90% 이상인 전쟁 지지 여론이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무력에 기댄 문제해결 승인, 전쟁 준비를 위한 군비 강화, 정치적 선택으로서의 전쟁, 정당한 전쟁, 자위권 행사로서의 전쟁 등 전쟁을 정상적인 정치 행위 중 하나로 인식하고 지지하는 전쟁 담론이 확산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한반도 상황은 이런 세계적 상황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고 그 영향은 단지 정치적, 군사적 측면에 머물지 않는다. 전쟁에의 빈번한 노출과 세계적인 전쟁 담론의 확산은 곧 남북 무력 대결과 군비 경쟁의 정당화, 문제해결 방식으로서의 전쟁 가능성 인식, 남북 적대관계 수용 등의 정서 강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한 남북 대결의 지속과 무력 충돌 가능성의 상존이라는 한반도 상황을 비정상이 아닌 정상으로 인식하고 평화적 공존의 부재에 대한 민감성을 저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세계적 위기는 한반도의 위기와 분리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 상황은 남북관계 단절과 군비 경쟁 강화로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가장 심각한 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낮아지면서 평화적 공존에 대한 관심과 기대 또한 낮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남북 대결 상황에 대한 익숙함 때문이기도 하고, 지난 20년 동안 이뤄진 남북 대화와 이의 번복으로 인한 피로감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적 전쟁 담론 확산의 영향으로 인한 한반도 상황에 대한 민감성 저하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남북관계의 단절과 대결의 지속은 결국 평화적 공존이 우리 사회의 당위적 목표가 되어야 함을 말해준다. 관계의 단절과 대결이 현재는 물론 미래의 안전과 행복에 위협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평화적 공존은 현재의 생존과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익숙함, 피로감, 민감성 부족 등의 문제가 자연적으로 완화되거나 변화되기는 힘들고 설사 가능해도 불확실성 속에서 오랜 시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는 평화적 공존에 둔감한 정서의 극복과 인식의 향상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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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와 관련된 교육은 통일교육, 평화통일교육, 평화통일민주교육 등으로 불려오고 있다. 어떤 것이 됐든 핵심과 궁극적 목표는 ‘통일’이고 이를 위해 방법과 내용을 보강 내지 추가하는 식이다. 그런데 통일을 중심에 놓은 교육이 효과적이었는지는 매우 의문이다. 정부 대북정책의 일관성 부재, 남북관계의 점진적 개선 부재, 남북 분단 고착화 등의 영향이 있겠지만 결론적으로 통일 찬성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학교에서 통일 관련 교육을 받은 청년의 찬성 비율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낮은 점이 더욱 효과에 의문을 가지게 만든다.

 

학교에서 통일 관련 교육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오래전부터 통일의 당위성을 강조하는 교육이 유효하지 않음을 지적해오고 있다. 현실과의 괴리로 인해 학생들이 통일의 당위성에 전혀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교육에 변화가 필요함을 잘 말해준다.

 

어떤 이름으로 이뤄지든 통일에 초점을 맞춘 교육은 평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 남북관계는 전혀 발전하지 못했고 대결의 고착화로 통일은 고사하고 무력 충돌 없는 관계가 최고의 목표가 된 상황임에도 통일의 당위성만 반복하는 건 심각한 모순이다. 이제는 통일의 기본적인 전제인 남북의 평화적 관계, 즉 평화적 공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평화적 공존의 실현과 이를 어렵게 하는 현실적인 도전을 파악하고 이를 극복할 구체적인 접근을 토론하는 교육이 필요하다. 통일의 당위성이 아니라 통일이 선택될 수 있는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남북관계 실현에 초점을 맞춰야 교육이 실질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교육은 어린이와 청소년은 물론이고 전 세대로 확산돼야 한다.

 

평화에 초점을 맞춘 교육은 평화적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이 되어야 한다. 수십 년 동안의 남북 대결과 군비 경쟁에 익숙해지고 관계 개선에 반복적으로 실패한 우리 사회는 평화적 남북관계에 대한 상상력이 거의 고갈된 상태다. 세계정세의 변화와 불확실성 및 불안의 확산은 남북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상상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평화의 부재는 평화의 필요성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그러므로 남북의 평화적 공존이 결국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선택이어야 함을 확인하고 이를 상상하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평화적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은 하향식 및 주입식이 아니라 상향식과 참여식, 그리고 자기주도적이어야 한다. 그리고 통일의 당위성이 아니라 세계와 우리 사회, 그리고 개인이 현재 직면한 문제들을 남북관계 및 한반도 평화와 연결해 토론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런 열린 방식의 교육은 남북관계 및 통일 관련 문제를 포괄적으로 인식하고 특히 개인과 사회의 안전과 행복의 관점에서 남북의 평화적 공존을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다. 평화적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은 어린이, 청소년, 청년, 성인 등 모든 세대에 필요하다.

 

위기의 시대에 무력 대결과 전쟁이 아닌 평화를 지향하고, 특히 평화적 공존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만들기 위해 절실하게 필요한 건 다양한 배경을 가진 개인 및 집단의 이견을 조율하고 현재와 미래의 안전, 행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사회적 합의는 대화와 공감에 기반한 교육, 남북관계와 한반도 평화에 대한 열린 논의, 평화적 공존에 대한 인식 향상, 그리고 평화적 상상력 고양을 통해 가능하다.


* 위 글은 4월 2일 열린 <위기의 시대, 한반도 평화공존의 길> 국제토론회에서 발표한 내용을 수정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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