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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대홍수, 기후정의 문제 재확인

202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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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6일 네팔 중북부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발생한 대홍수의 사망자와 실종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28일 기준으로 네팔에서는 389명이 숨지고 910명이 실종됐다. 국경을 접한 티베트자치구의 사망자 및 실종자까지 합치면 사망자는 392명이고 실종자는 1천 468명이다. 앞으로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번 대홍수는 비가 내리지 않은 가운데 갑자기 거대한 물줄기와 막대한 양의 암반 및 토사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대규모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낸 예상치 못한 자연재해였다. 전문가들은 위성 사진 분석을 통해 해발 5천 미터 이상 지점에 있던 빙하와 암반이 무너져 막대한 양의 얼음과 암반이 쏟아지면서 강의 물이 급격히 차오르다가 결국 하류로 쏟아져 내려갔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마디로 빙하 붕괴가 원인이고 근본적인 원인은 지구온난화라는 것이다.

 

전 세계가 네팔 대홍수 재난의 규모에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고 대규모 인명 피해에 애도와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도 예상할 수 없었던 자연재해였고 때문에 어디도 비난할 데가 없다는 점이 공포와 함께 허탈함과 무력감을 높이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이런 재난이 이번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고 앞으로도 세계 곳곳에서 더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점이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이번 재난이 결국 세계가 직면한 가장 큰 난제인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변화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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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Copernicus Climate Change Service)

2026년 7월 현재 현재 지구 대기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1.43도 상승한 상태로 세계가 상승 한도로 설정한 1.5도에 가깝다.

 

비슷한 자연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이미 발생했고 향후에도 더 많이 발생한 것이라는 점은 피할 수 없는 진실이지만 그럼에도 이것이 네팔에서 발생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는 결국 우리가 기후변화와 함께 기후정의에 주목할 수밖에 없음을 말해준다.

 

이번 재난에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탓할 수 있는 건 히말라야 밑에 거주했다는 사실 뿐인 것으로 보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을 따져보면 이건 기후정의 부재의 문제다. 기후정의 부재의 핵심은 지속적이고 막대한 탄소 배출로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선진국들은 대응 능력과 충분한 재원 덕분에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의 피해를 적게 입고, 지구온난화 및 기후변화에 전혀 원인을 제공하지 않은 국가들이 가장 많은 피해를 입고 재원 부족으로 시간이 갈수록 더 피해를 입는 현실을 말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빙하 붕괴에서 비롯된 네팔의 이번 재난은 이런 기후정의 부재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2024년 국가별 탄소 배출량을 보면 네팔은 세계 207개 국가 중 95위로 세계 전체 배출량의 0.04%밖에 차지하지 않았다. 1인당 배출량은 173위였다. 이는 네팔이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탄소 배출량이 늘더라도 개발이 필요한 국가였음을 의미한다. 이번 대홍수로 80% 이상 공정을 마치고 네팔 전체 전력의 약 20%를 공급할 예정이었던 수력발전소가 피해를 입은 건 이런 점에서 특히 안타까운 일이다.

 

네팔뿐만 아니라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에 전혀 기여하지 않은 많은 국가가 기후변화로 인해 빈번하고 강해진 태풍, 허리케인, 사이클론 같은 열대성 저기압, 가뭄, 사막화, 홍수 같은 자연재해를 주기적이고 만성적으로 겪고 있다. 대응할 재원과 여력이 없는 국가와 개인에게 이런 자연재해는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다. 그리고 실제 많은 자연재해가 기후변화와 관련해 발생하고 있고 그중 많은 사망자가 기후변화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국가에서 나오고 있다. 이는 세계가 직면한 가장 정의롭지 못한 문제 중 하나가 기후정의 부재의 문제임을 잘 보여준다. 그리고 이는 우리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는 기후변화 관련 자연재해와 그 피해에 대해 단순히 안타까움만 표할 수 없는 현실에 직면해 있음을 말해준다. 우리가, 그리고 우리 사회가 배출하는 탄소가 전 세계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심화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우리는 최고 기온 갱신이 이어진 더운 여름을 지냈다. 그로 인해 에어컨 사용량이 증가했고 전력 수요는 사상 최고로 치솟았다. 이제 에어컨은 생존 수단으로 여겨지지만 그럼에도 탄소 발생과 그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 자연재해와 인명 피해 증가라는 연결고리를 생각한다면 조심스러운 태도로 최소한의 사용을 고려해야 했다. 그러나 반소매 차림으로는 추울 정도로 과도하게 에어컨이 사용되는 상황을 여전히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이는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를 이해하고는 있지만 악화를 막기 위한 행동에는 매우 무관심함을 보여준다.

 

탄소 배출과 기후변화의 관련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무관심과 무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또 다른 사례가 있었다. 폭염이 휩쓴 유럽 국가들에서 에어컨 보급량이 아주 낮다는 보도가 연이어 나오면서 유럽인들의 모습이 구태의연하고 무지하다며 비웃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에어컨 보급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가 유럽연합 국가들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달성을 목표로 삼고 있고 에어컨 사용을 정책적으로 자제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잘 알지도 못하고 공감하는 사람들도 많지 않았다.

 

유럽연합은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위해 석탄 발전소를 폐쇄하고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는 등 실질적인 노력을 해오고 있다. 그 결과 이제 유럽연합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은 50%가 넘는다. 이는 한국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여전히 10% 정도에 머무는 점과 크게 비교된다. 또한 2024년 기준으로 세계 평균 1인당 탄소 배출량은 4.9톤이었는데 한국의 1인당 탄소 배출량은 11.3톤이었다. 이에 비해 프랑스는 4.0톤, 영국은 4.5톤, 스페인은 4.6톤, 이탈리는 5.1톤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그런데 우리 사회 많은 사람이 이런 사실에 무지하고 탄소 배출량에 대한 무관심과 관련해 부끄러움도 책임감도 느끼지 않는다.

 

우리 사회는 두 가지 면에서 기후변화, 나아가 기후위기 문제를 심각하게 보지 않으면 안 된다. 하나는 우리의 탄소 배출량이 다른 많은 국가에 비해 월등하게 많다는 점이다. 2024년 탄소 배출량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탄소 배출량은 세계 9위로 전체 배출량의 1.5%를 차지했다. 1인당 배출량 또한 높아서 세계 20위였다. 이는 전체 배출량은 1위지만 1인당 배출량은 27위인 중국, 그리고 전체 배출량은 3위지만 1인당 배출량은 121위인 인도보다 훨씬 많은 탄소를 배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런 사실이 말해주는 건 결국 우리 사회가 기후변화와 자연재해 심화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러므로 현재도 미래도 결국 그로 인한 피해에 대한 책임으로부터도 아예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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